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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양이 남긴 글

제목 여운형 연설집 - 1. 새 일꾼을 환영하노라
작성자 몽양사랑지기
작성일자 2020-10-30


( 『여운형 연설집』은 몽양이 조선중앙일보 사장 시절, 수차에 걸쳐 행한 연설문을 《삼천리》1936년 1월호 부록에 실은 것으로, 다음과 같은 소개말이 있다. “서울을 위시하여 남으로는 영남에서, 북으로는 압록강 유역에 이르기까지 수 차례의 초빙을 받아 연설한 연설전문을 철....그의 열정과 의견이 충일, 만인을 감격케 함...”“)

<삼천리, 1936, 1 부록>

 

여운형 연설집

 1. 새 일꾼을 환영하노라

 

-오월 구일 경성 중앙 청년회관에서, 열린

<전문학교 신입생 환영의 밤> 대회석상에서

 

며칠 전에 주최자 측에서 오늘 저녁 이곳에서 신입생환영회를 하니 나더러 꼭 와 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기에 처음 이 말을 들을 때 나는 퍽이나 기뻤어요.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신입생 제군들을 만나 보고도 쉽고, 또 음악도 있고 하니 퍽 좋다고 생각하였어요. 그러나 날더러 와서 무슨 말을 여러 신입생들에게 해 달라고 하기에 나는 퍽 주저하고 겁이 났어요. 그것은 내가 이 자리에 나오고 싶은 성의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 신입생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서 무슨 좋은 음악이나 많이 하여서 들려주면 기뻐나 할 것을 괜히 내가 제군들한테 쓸데없는 말이나 혹은 나쁜 말을 들려주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에 사양하여 보았습니다만 부득이 꼭 말을 해 달라기에 신입생 제군들에게 정성을 표하는 의미에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연래(年來)에 지나온 것을 보면 워낙 이 신입환영회 모임이란 것은 제 일부 제 이부 모두가 전부 음악으로만 하던 것을 금년에 와서 비로소 제 일부에다 연설이란 것을 넣어서 나에게 꼭 와서 신입생제군들에 무슨 말을 하여 달라고 간청함으로, 또한 제군들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부득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신입생 제군! 오늘밤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에게 대하기는 처음이나 여러분은 중학시대나 혹은 여러 경과에서 학생 청년 여러분과 접촉이 많았으므로, 어떤 사람들은, 혹은 여러분 중에서도 나를 말을 좋아하는 사람이려니. 또는 말이 많은 사람이려니 생각할 분이 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맹자의 말 가운데 이런 말이 있지요.

<내 어찌 말하기를 좋아하리오. 부득이하게 하게 된다.>하는 말과 같이 내 이런 경우에 말을 많이 하였을 뿐입니다.

저 자연계를 돌아다 볼 때에 그는 무언의 침묵 가운데 있건만 우리 인생에게는 배울 것이 많으며 깨달을 것이 많습니다. 참으로 말없는 가운데 위대한 교훈을 많이 줍니다. 또한 <군자!>말없는 군자에게서 우리는 행동에 있어서 배울 것이 많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말이 많으면 허물도 많고, 불유쾌한 말도 하기가 쉬운 것이며 불지불각(不知不覺)한 가운데 좋지 못한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나는 본래 말을 않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좀 외람된 말 같으나 맹자의 말한 바와 같이 부득이한 경우에는 하는 수없이 말을 하게 됩니다.

아까 동회자(同會者)의 말과 같이 내가 바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생각도 충분히 못하여 보았습니다. 그러나 신입생제군이 잘 들어주면 다행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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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청년이나 학생들은 근래에 와서 퍽이나 지도자를 목마르게 찾고 있습니다. 혹 나를 찾아와서는 조선은 어떠한 지도자를 찾느냐, 우리는 어떠한 지도자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 사람들을 많이 대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그대들은 지도자를 가지지 못한 불행한 사람들이니라!” 이렇게 늘 대답하여왔습니다. 사실 조선의 청년들은 지도자를 가지지 못한 가장 불행한 사람들임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학>! 우리가 늘 말하는 근대의 과학시대는 분업시대입니다. 모든 것을 분업적으로 하여 가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금일 우리 후진청년에게 있어서는 이 분업이 가장 필요할 줄로 압니다. 농촌의 청년은 농촌으로 도시의 청년 노동자 학생들은 도시에서 각자 자기의 환경에서 꾸준하게 배우고 개척하고 일하여 나간다면 여러분들의 이상은 가장 충실히 실현될 것이며 이렇게 하는 데서 여러 청년학생들은 여러 청년학생들 가운데서 지도자를 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군들은 사회의 지도자를 못 가졌다는 것을 역설하는 동시에 분업의 필요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지도적 입장에서 즉 지도권을 벗어난 지가 오랩니다. 그대들은 목적의식과 생활환경이 같은 자들 가운데서 지도자를 구하여야 할 것을 재삼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늘 저녁의 이 모임이 별로이 지도적 의식은 못가졌다 하더래도 여러분이 한자리에 모여서 음악도 듣고 서로 기쁘게 하루 밤을 맞이한다는 것이 학생제군들의 스스로의 지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이 자리를 감히 기뻐하며 여러분과 같이 의미 깊게 맞기 위하여 나온 것입니다.

 

여러분! 신입생 제군!

우리는 <배우는 것> 그것이 가장 귀한 것입니다. 많이 보고 많이 들어서 넓고 깊게 배우고 개척하는 것만이 가장 중대한 일입니다. 우리가 배우는 데에 가장 귀한 것은 눈과 귀입니다. 눈과 뒤를 통해서 내 마음의 지식을 보충케 됩니다. 이렇게 하는데서 우리의 눈과 귀는 정관, 직관, 똑바로 보고, 똑바로 깨달을 수가 있습니다.

그럼으로 해서 자연의 모든 아름다운 현상을 바라볼 때도 우리는 거기에서 위대한 느낌과 교훈을 받게 됩니다.

가까운 최근의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바로 지난 일요일인데, 일기도 좋고 해서 나는 가족들을 데리고 일가족들이래야. 우리 마누라하고 아들놈 둘 딸 셋하고 조카.....무엇무엇하여 한 10명 가까운 식구가 산보를 갔었어요. 그 산입구에서 두 대(隊)로 나누이어서 나는 가족 몇을 데리고 나물 뜯는 대가 되고 다섯 살 먹은 아들놈은 고기 잡는 대의 대장이 되어 나물도 뜯고 고기도 잡아서 찌개도 만들고 고기도 구어 먹으며 하루 종일 대단히 유쾌하게 지냈어요. 조용하고 깨끗한 심산유곡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이며 나뭇가지에서 지저귀는 새들이며 이 모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나의 마음은 대단히 유쾌하였어요. 그렇게 유쾌하던 나의 온 마음을 저녁 때 차가 청량리역에 가까이 왔을 때, 극히 짧은 순간인 한 찰나에 그만 완전히 다 깨뜨려버리고 말았어요. 그 순간 그렇게 유쾌하던 나의 마음은 아주 괴로워졌어요.

그것은 한 20세 가량 되어보이는 전문학교생 비슷하게 차림을 하고 캡을 쓴 젊은 청년 두 사람이 어떤 여학생들에게 자기가 쥐었던 꽃을 주며, 그 여자의 쥐었던 꽃을 탈취하면서, 희롱을 하며 강압적 조롱까지를 하는 것을 보았어요. 그때의 나의 마음은 아주 괴로워 견딜 수가 없을 만하였어요. 그래 나는 분한 마음에 그들과 싸우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그냥 보고만 있었어요, 그 여학생들은 그 젊은이들에게 그냥 가만히 모욕을 당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얼마나 더럽고 추하고 쓰라린 사실입니까? 아름다운 자연계에서 대단히 유쾌하든 나의 마음은 여기에서도 사회의 추하고 더러운 일면을 보았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사회상을 한번 돌아 볼 때에도 모든 추하고 더럽고 고약한 것만이 가득합니다.

동대문 쪽에 오니 라디오에서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는데 ‘에애라 뒤여라’하는 소리가 아까 산에 떴든 새소리, 물소리만 못하고 그 속에는 나쁜 것 고약한 것만이 가득하였습니다. 온 자연계의 아릿다운 생각은 그만 다 사라져버리고 지금 이사회상을 한 번 돌이켜볼 때 나는 모든 고약하고 더럽고 허위와 가면만이 가득함을 봅니다. 참으로 고약한 것만이 온 세상에는 가득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이 세상에 좀더 의의있게 좀 더 잘 살자고 하면 ‘듣고도 듣지 않은 것 같이하며 보고도 보지 않은 것같이’ 할 것인가? 아니다! 그러면 ‘눈 먼 놈이 잘 들으며, 귀머거리가 보기를 잘 본다!’ 우리는 그럼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할까? 아니다! 우리는 보기 싫은 물건이 너무 많고 듣기 싫은 것이 하도 많습니다!

신입생 제군! 그러면 우리는 어찌할 것인가? 근래 국가는 국방을 위하여 무장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들은 귀를 막을 수도 없고 눈을 감을 수도 없습니다! 제군들은 귀와 눈에 무장을 해야 합니다. 이 귀와 눈에 무장을 하란 말은 무슨 말인가요? 좀 막연한 말 같으나 학생제군! 여러분들의 판단력을 무장하라고 말합니다, 이 사회 이 세상에는 직업적 거짓말이 하도 많습니다. 허위와 가면이 가득합니다! 제군들은 귀를 무장하라! 또는 눈을 무장하라! 고 나는 부르짖고 싶습니다.

아름답고 깨끗한 저 자연계에서 한번 눈을 들여 이 세상. 이 사회를 굽어볼 때 거기는 위선자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여러분이 보는 눈과 귀가 여러분 자신을 속이기 쉬우니 눈과 귀에 무장을 단단히 하여야 합니다! (장내는 떠나갈 듯한 박수소리!)

 

시간이 많이 갔으므로 끝으로 전문학교에서 학구에 힘쓸 학생제군들에게 한마디 부탁으로서 끝을 막을까 합니다. 미국대통령 윌슨이 말한바와 같이 ‘학원에서 배운 과학은 아무 소용이 없다. 졸업하고 4,5년 후에는 완전히 잃어버린다’라는 말이 있으나 여러분이 전문학교에 들어가서 배우는 과학- Science-가 과연 얼마나한 효과를 나타내겠는가는 문제입니다. 다만 제군들은 전문학교를 졸업하기까지에 프린시풀-Principle-을 배우라고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Principle을 만들고<Stand on your principle>하여서 자기의 확고한 견지에 딱 서서 굳센 감상안(感賞眼)과 비판력을 가지고 눈과 귀에 ‘무장’을 하라고 외칩니다.

이 사회에는 너무나 고약함과 추함과 더러움과 허위와 가면과 위선자가 가득합니다! 현명한 신입생제군들에게 <무장!>을 다시금 부탁하고 싶습니다.(장내가 깨어질 듯한 박수소리에 싸여 힘있게 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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