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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클리 경향] 훈장 수훈이 개인정보? “공개 불가” 황당 2010-01-1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20-04-27
[사회]훈장 수훈이 개인정보? “공개 불가” 황당
2010 01/12   위클리경향 858호
ㆍ행안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서훈자 59명 명단 공개 거부… 자격 논란 우려 과잉반응

지난 2008년 2월 몽양 여운형에게 추서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 몽양 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명단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제공하기 어렵다. 양해 바란다.”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명단을 공개해 달라는 의 요청에 대한 행정안전부 의정관 상훈담당관실의 답변이다.

현재 행안부가 공개하고 있는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수훈자의 명단은 30명 남짓. 몽양 여운형이 2008년 2월 21일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제60호’를 받았으니 30명 정도의 명단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훈자 명단 공개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보훈단체와 시민단체에서 “서훈의 목적을 볼 때 널리 알려야 마땅한데 개인정보 보호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비공개를 고집하는 것은 부적절한 수훈자가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보훈처 명단은 인터넷서 열람
건국훈장은 대한민국 건국에 뚜렷한 공로가 있거나 국가 유지의 기초를 공고히 함에 있어 기여한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훈장이다. 건국훈장에는 대한민국장, 대통령장, 독립장, 애국장, 애족장의 5등급이 있다. 이 가운데 대한민국장은 1등급 훈장이다.

명단 공개 요청에 대한 행안부의 공식 입장은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제3조의 2항 및 제10조 등에 의하여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명단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건국훈장뿐만 아니라 최고훈장인 무궁화훈장, 국민훈장(국가발전), 무공훈장(전투), 근정훈장(공무원), 보국훈장(국가안전), 수교훈장(외교), 산업훈장(산업발전), 새마을훈장(새마을운동), 문화훈장(문화예술발전), 체육훈장(체육발전), 과학기술훈장(과학기술발전)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답변이다.

상훈담당관실 관계자는 애초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수훈자는 국가보훈처의 ‘대한민국장’ 명단과 동일하다”고 둘러댔다. 확인 결과 국가보훈처의 ‘대한민국장’ 수훈자는 이시영, 이승만, 장제스, 김좌진, 한용운, 윤봉길 등 30명. 그러나 지난 2008년 2월 21일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은 몽양 여운형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여운형의 훈장증에는 ‘제60호’라고 분명히 새겨져 있다. 국가보훈처의 ‘대한민국장’은 독립운동을 한 공적을 인정해 포상한 것으로, 광복 후 대한민국 건국에 이바지한 공로로 행정안전부에서 포상하는 ‘건국훈장 대한민국장’과는 내용과 심사 기준이 다름에도 허위 답변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상훈담당관실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수훈자는 외국 대통령 등을 합쳐 60명 정도 된다”고 답변을 수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명단 공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박정희 정권 때의 훈장 남발,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과 장면 전 총리 등 논란 인사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질문에 “훈장 서훈 이후 논란이 되는 경우가 있어 개인정보 차원에서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상한 방향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우리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와 달리 국가보훈처 공훈심사과는 홈페이지 공훈사료관 코너를 통해 ‘대한민국장’ 수훈자 명단을 모두 공개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1만1766명 전체 수훈자에 대해 생년월일과 본적은 물론 공적조서 또한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행안부 상훈담당관실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보훈처는 보훈처 나름대로의 판단에서 그럴 것이고, 우리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한 책임자급 관계자에게서는 “훈장 받은 것을 굳이 세상에 다 알릴 필요는 없다. 아버지가 훈장을 받으면 집 안에 걸어 놓아도 가족이나 친척들이 와서 보고 ‘아 명예롭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이것이 바로 명예라고 생각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도 나왔다. 행안부 운영지원과 관계자가 “수훈자 이름만 나가는 게 왜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위배되겠는가. 담당 부서에 전달할 테니 자료를 그쪽에서 받으면 된다”고 했지만 담당 부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서훈 취소 반납 거부
행안부의 ‘수훈자 공개’에 대한 과도한 반응의 이유는 명단에 들어 있었다. 지난해 12월 14일 최규식 민주당 의원을 통해 행안부에서 입수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수여 및 반납, 취소내역’을 보면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서훈자는 총 59명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여운형이 제60호 훈장장을 받았지만 1명의 훈장이 취소됨으로써 59명이다. 그러나 “과거엔 수기로 작성하다 보니 취소된 사람에 대한 기록이 남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확실한 것은 잘 모르겠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서훈은 2006년 3월 28일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등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들의 서훈을 박탈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1호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기간인 1949년 8월 15일 스스로에게 서훈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1983년 3월 11일)도 자신의 재임 기간에 훈장을 받았다.
2008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이 양국 우호관계 수립에 기여한 공로로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으로부터 대십자훈장을 받았다.

이듬해 11월 이 대통령은 방한한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했다. 이전 정부에서도 국가 수반 간의 훈장 교환은 관례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30명 남짓의 수훈자 대부분은 중국, 미국, 아프리카, 중미 지역의 수반들이다. 광복과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도운 장제스·쑹메이링 국민당 총재 부부, 쑨먼 임시 대총통(이상 중화민국), 제임스 A 밴플리트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최고사령관, 해리 S 트루먼 한국전쟁 당시 미국 대통령, 아드난 멘데레스 한국전쟁 당시 터기 총리 등이 1940~1950년대의 수훈자다. 유명한 반공주의자로 ‘베트남의 이승만’으로 불린 은고 딘 디엠 베트남 초대 대통령도 이승만 정부 당시 훈장을 받았다.

박정희 정부에 들어와선 광부와 간호사에 대한 인력수출이 활발하던 1964년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독일 총리에 대한 서훈이 있었고, 이듬해엔 북한과 치열한 수교전을 펼친 끝에 남한과 먼저 수교를 맺은 세네갈 대통령(레오폴 세다르 셍고르), 코트디부아르 대통령(펠릭스 우푸에부아니), 가봉 대통령(레온 음바), 카메룬 대통령(아마두 아히조), 니제르 대통령(하마니 디오리), 케냐 대통령(조모 케냐타), 우간다 대통령(무테사 2세), 마다가스카르 대통령(필리베르트 치라나나) 등 아프리카 국가 수반에 대한 수훈이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10·26사태 직후인 1979년 11년 3일 정상적인 상훈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추서됐다.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 장면 전 총리(1999년 8월 27일)와 노무현 정부 시절 여운형(2008년 2월 21일)에 대한 훈장 서훈이 진행됐다. 장 전 총리에 대해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대부인 장 전 총리를 예우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닌가’라는 논란이 일었고, 여운형에 대한 서훈은 당시 보수 진영의 반대를 감안해 정권 말기 조용히 진행됐다.

친일사전 발간 민문연 “부적격자 반증”
이 가운데 최근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박 전 대통령과 장면 전 총리에 대한 서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친일 논란이 있는 인물에게 건국훈장, 그것도 최고 훈격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로써 서훈을 취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일본군 지원 충성 혈서’를 비롯해 만주군 장교 경력을 둘러싼 친일 행적, 장 전 총리는 일제 치하 때 학도병 지원과 신사 참배를 독려하는 등 뚜렷한 친일 활동이 확인됐다. 특히 홍범도, 이봉창, 유관순 등 독립운동가들도 대한민국장보다 한 단계 훈격이 낮은 ‘대통령장’을 받은 데 반해 두 사람은 대한민국 최고 훈장을 받은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스스로에게 건국 최고훈장을 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한편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은 취소됐지만 훈장 반납 거부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서훈 취소는 명시할 정도로 확실하지만 훈장 반납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훈장 반환 조치에 따라 전 전 대통령의 경우 10개 훈장 가운데 자신의 재임 기간에 자신에게 수여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수교훈장 광화대장과 사실상의 최고 실권자로 있던 보안사령관 재직 시절에 받은 태극무공훈장 등 9개의 훈장을 반납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상훈법 등 관련 현행법상 서훈 박탈 대상자의 훈장 회수에 대한 강제집행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행정 대집행의 경우 대집행 이외에 다른 수단이 없거나 대집행을 하지 않는 때에 한해 공익에 현저하게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행이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서훈 박탈자에 대한 훈장 반환 관련 규정을 완화하거나 행정소송을 검토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실제 행정소송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서훈은 대상자의 공적을 기리고 미래 세대의 귀감으로 삼기 위해 엄정한 절차를 거쳐 선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서훈의 목적을 볼 때 당연히 널리 알려야 마땅함에도 개인정보 보호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비공개를 고집하는 것은 부적절한 수훈자가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조 사무총장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과 같이 상위 훈장이 아닌 훈격이 낮은 훈장 수훈자를 보면 심사에 대한 논란거리가 많을 것”이라면서 “독립유공자 전면 공개와 같이 모든 수훈자와 서훈 사유를 국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서훈의 취지가 퇴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한 훈장에 대해 수훈자를 공개하면 다른 훈장에 대해서도 공개 요구가 있을 것이다. 형평성도 있고 하여 모든 수훈자에 대해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자 원칙”이라는 담당 공무원의 답답한 답변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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